[WP紙 '러 대선 분석']시장민주주의 지지 확산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러시아 국민을 나눴던 단층선이 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것은 러시아사회를 오랫동안 갈라놓았던 경계선이 사라지고 새 단층선이 나타났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28일 분석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는 민주주의 개혁주의와 과거회귀적인 공산주의 민족주의라는 두 축이 서로 대립 갈등해 왔으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런 양상이 바뀌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서방의 ‘시장민주주의’에 적응한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로 나뉘어 새 단층선이 형성됐다는 것.

푸틴이 전자의 지지를 받은 반면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후자로부터 득표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총리도 “더 이상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구분은 없다”고 말했다.

주가노프는 4년 전 대선에서 2360만표를 얻었으나 이번엔 2070만표로 300만표 가량 줄었다. 미 스탠퍼드대 마이클 맥폴교수는 “전통적으로 공산당이 강세였던 지방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서도 주가노프에 대한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해 이념에 의한 지역분할 구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96년 대선에서 주가노프는 29.4%의 득표율에 머물렀지만 전국 89개 지역 중 절반에 해당하는 농촌지역에서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을 앞섰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주가노프가 푸틴에 앞선 지역은 4곳에 불과했다. 주가노프는 자신의 고향이자 96년 대선에서 옐친에 54.2%대 21.5%로 크게 앞섰던 오를로브스카야에서도 푸틴에게 패배했다.워싱턴포스트는 “시장민주주의에 적응한 새로운 계층이 러시아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중요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