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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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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은 이들의 막대한 자금과 재벌소유 언론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가 끝난 뒤 석유산업의 거대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시작됐고 옐친을 도왔던 재벌들은 알짜배기 기업을 인수했다.
푸틴은 이번 대선에서 4년 전과 같은 재벌의 노골적인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옐친의 후계자가 되는 과정에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수개 재벌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푸틴 취임후 민영화대상인 알루미늄산업을 둘러싸고 재벌들간에 인수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푸틴이 재벌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베레조프스키를 보면 알 수 있다. 로고바스그룹을 거느린 베레조프스키는 3대 전국방송 중 하나인 ORT의 실소유주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와 코메르산트 등 유력 일간지도 거느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면책특권까지 가지고 있다.
베레조프스키는 최근 재벌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 “러시아에서는 경제적 독점이 불가피하며, 과거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다. 돈 권력 언론을 한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전문가인 영국 에섹스대 김병연(金炳椽)교수는 “한국에도 정경유착 현상은 있지만 러시아 재벌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