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무원 '철밥통'시대 막내린다…파격적 인사제도 시행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일본 총무청은 22일 새로운 내용의 ‘2000년도 인사관리운영방침’을 중앙부처 인사담당자에게 시달했다.

총무청은 △연공서열식 인사 철폐 △특정대학이나 학부출신 우대 폐지 △비고시 출신자의 발탁인사 확대 △중앙부처간,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간 인사교류 확대 △우수 민간 전문가 등용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비리가 확인되면 즉각 엄벌에 처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이같은 방안을 내놓게 된 것은 최근 공무원비리가 잇따르면서 국민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 또한 민간기업은 고통을 감내하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공무원은 여전히 ‘철밥통’을 껴안고 있다는 자성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행정고시와 같은 ‘공무원 1종 시험’ 출신자를 우대한다는 비난이 높았다. 그동안 공무원 1종 시험에 합격한 뒤 공직생활을 출발한 사람은 ‘캐리어’라고 불리며 탄탄한 출세 길을 보장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캐리어의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직급의 자리를 몇 차례나 돌려가면서 차지하고, 비리가 드러나도 가벼운 처벌을 받고 만다. 서로 봐주기 때문이다. 힘이 세기 때문에 설령 잘못된 명령을 하더라도 부하가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문에 과거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평가받았던 관료들은 이제 개혁의 걸림돌이란 말을 듣고 있다.

이번 정부의 개선지침만으로 관료사회의 체질이 개선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 관료사회의 내부조직보호 체질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중앙부처가 전면 통폐합되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관료사회는 자리보전을 위한 치열한 물밑싸움이 한창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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