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특허권 논쟁… 제약업체 知財權 내세워 반대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4일 ‘인간 게놈 프로젝트’ 결과의 공개원칙을 강조한 것을 계기로 게놈(인간 유전자의 총체적 정보)에 대한 특허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양국 정상의 이날 성명은 95년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정부가 30억달러를 투입해 공동으로 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약속한 연구결과의 공개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 수십억달러를 들여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민간 제약업체들은 지적재산권을 내세워 공개원칙에 반발하고 있다.

양국 정상의 성명 내용이 알려지자 14일 미 뉴욕 증시에서는 생명공학 관련 업체의 주식이 매물로 쏟아지면서 나스닥 지수가 2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미 뉴욕타임스는 유전자 치료법과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로 몰렸던 수백억달러 이상이 이날 빠져 나갔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성명에서 게놈프로젝트 결과의 공개 원칙과는 별개로 “과학자들의 발견에 대한 보호와 특허권은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놈 정보는 인체 세포내 23쌍 염색체에 들어있는 약 30억개의 염기서열, 즉 유전자의 배열(구조)에 관한 정보. 이같은 게놈 정보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과는 별개라는 것이 양국 정상의 시각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게놈 연구 업체인 미국의 셀레라 게노믹스(CG)사 등은 “기술적으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특허권을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CG사는 현재 3%만 더 해독하면 게놈 지도작성을 마칠 수 있는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영국 국립보건원은 CG사와 최근 게놈 정보에 관한 특허권을 놓고 협상을 벌인 바 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