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종교계 '화합의 봄']이슬람교도 대이동 시작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세계 이슬람교인의 화합과 단결의 장인 ‘하지’를 앞두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의 수백만 이슬람교인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몰려들고 있다.

하지는 이슬람교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의 탄생지인 메카를 방문하는 종교의식. 이슬람교인이라면 국적 성별 빈부 종파 등을 막론하고 일생에 적어도 한번은 메카로 순례의 길을 떠나야 한다.

올해 하지는 14일부터 18일까지 계속된다. 올해도 200여만명의 순례자가 메카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례자들은 첫날 메카에서 19km 떨어진 미나에서 밤을 보내며 둘째날 마호메트가 마지막 설교를 한 아라파트산에 올라 기도한다. 셋째날 알라신에게 가축을 바치는 의식을 갖고 마지막날 메디나까지 걸어와 ‘예언자의 사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친다.

종파와 국가에 관계없이 이슬람교인들이 어울리는 하지는 화합의 의미를 갖는다. 이라크와 이란 등 전쟁을 치른 ‘원수’ 사이의 국민도 하지 기간에는 원한을 버리고 ‘형제’라는 연대의식을 느낀다. 이라크 등 이른바 ‘깡패 국가’ 비행기의 국외 운항을 금지하는 유엔의 항공운항금지도 이 기간에는 예외가 허용된다. 유엔은 최근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비행기의 사우디 비행을 허용했다.

순례자를 맞는 사우디는 고민도 많다. 수백만명이 모이다 보니 각종 대형사고가 빈발하기 때문. 1997년에는 순례자 천막촌에서 불이 나 343명이 숨졌고 1990년에는 좁은 터널에서 순례자들이 뒤엉켜 1426명이 압사하는 참사를 빚었다.

사고를 막기 위해 사우디는 국내 100만명, 국외 100만명 등 순례자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순례 도중 죽으면 천국에 간다’는 믿음 때문에 이슬람교인들은 앞을 다투어 메카로 몰려든다.

<김태윤기자> 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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