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베를린 선언' 뒷얘기]참석자 몰려 大강당으로 옮겨

  • 입력 2000년 3월 9일 19시 4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9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연설이 열린 대학 강당에는 900여명의 교수 및 학생들이 참석해 열띤 호응을 보였다.

▼"한국 민주인사 지원 감사"▼

○…김대통령은 강연장에 입장해 페트 게트겐 총장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증정받은 뒤 30여분 동안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토대로 연설.

김대통령은 먼저 “베를린자유대학이 독일통일에 앞장섰기 때문에 여러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자 여기를 찾았다”고 인사. 김대통령은 이어 “한국에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는데 독일과 대한민국은 민족의 분단이라는 크나큰 아픔을 같이 경험한 인간적인 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또 내가 독재자와 싸우다 고통을 당할 때마다 독일 국민과 지도자들이 나와 한국의 민주인사들을 적극 지원해준 데 대해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고 언급.

▼참석자들과 즉석 일문일답▼

○…연설이 끝난 뒤 김대통령은 즉석에서 참석자들과 일문일답. 이날 대학측은 당초 300명이 들어갈 정도의 소강당에 연설장을 마련했으나 참석신청자가 쇄도하자 대강당으로 장소를 교체. 베를린자유대학은 독일 최고의 대학으로 민주주의와 반전(反戰)을 위한 독일 학생운동을 주도한 곳.

▼"對北제의 생략" 한때 반대론▼

○…이날 연설문은 김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후문. 통일부와 대통령외교안보수석실에서 초안을 만들어 보고했으나 김대통령이 보름 동안 직접 손질했다는 것. 김대통령은 특히 유럽순방기간 중에도 원고를 첨삭해 연설 이틀 전에야 연설문이 완성됐다고.

당초 청와대 내에서는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감안해 대북제의를 생략하자는 반론도 많았으나 베를린에서의 통일행보에 집착한 김대통령의 의지 때문에 방향을 선회.

이 과정에서 “그동안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할 말이 있어도 자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신뢰구축을 위해서도 수용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상당히 반영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

연설내용은 현대건설 등 북한과 경제협력 중인 기업들에 대해서도 사전에 통보해줬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베를린〓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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