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日 사민당 부총재 "아내 간병위해 정계 은퇴합니다"

  • 입력 2000년 3월 7일 23시 47분


“정치는 젊은 사람들에게 맡길 수 있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간병은 나말고는 못합니다.”

일본 사민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총리에 이어 같은 당 이토 시게루(伊藤茂·72)부총재가 정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의 아내 레이코(玲子·67)는 8년 전인 92년 3월 6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아내의 투병을 보살피다가 마침내 은퇴를 결심했다. 의회가 개원중이든 아니든 하루 서너차례씩 요코하마(橫濱) 병원을 들락거렸다.

아내는 완전히 식물인간이다. 그는 “손을 잡고 이마를 쓰다듬으면 아내가 예전 눈빛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아내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는 93년 호소카와(細川)연립내각이 출범하고 운수상이 됐을 때 기쁨보다 슬픔이 밀려왔다고 한다. 임명장을 받고 연미복 차림으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만년 야당생활만 하려거든 정치를 그만두라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목숨을 바쳐서 돕겠다던 아내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는 말이 없다.

그는 지난 해 가을 ‘둘이서 헤쳐온 나날들’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정계 은퇴를 내비쳤다.도쿄(東京)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이토 부총재는 당 ‘예비내각’의 부총리, 간사장, 정조회장(정책위원장) 등을 거쳤다. 당에서는 말리지만 그의 결심은 굳은 것같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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