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세계여성의 날…성폭행-가정폭력 "여성은 고달프다"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여성의 날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10년 독일에서 였다. 여성 노동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이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든 것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나 권리 측면에서는 아직도 남성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여성의 날을 맞아 외신이 전해 온 여성 인권 유린 실태를 살펴본다.

▽성폭행〓세계 최악의 성범죄 국가로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매년 100만건 이상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다고 영국 BBC방송이 7일 보도했다. 이는 26초마다 1명 꼴로 성폭행 피해자가 생기고 있음을 뜻한다.

성폭행에 따른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가 늘어나자 최근에는 성폭행을 당해 HIV에 감염될 경우 치료비를 지급해 주는 ‘강간 보험’까지 등장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매일 8명의 성폭행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도 매년 10만∼30만명의 여성이 성폭력이나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

▽가정 폭력〓나이지리아 형법은 ‘아내가 잘못했다고 생각되면 남편은 심각한 상처를 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 인근 여성 100명을 조사한 결과 30%는 매일 한차례 이상, 34%는 일주일에 한차례 이상 남편에게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의 여성 70∼95%가 심각한 가정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발표했다.

BBC는 매년 파키스탄에서 300여명의 여성이 ‘가문을 더럽힌 죄’로 살해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차별〓르완다와 짐바브웨에서는 여성의 재산 소유권이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모로코에서는 결혼을 앞둔 여성의 처녀성을 검사하는 일이 많으며 이혼한 여성에게 자녀양육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여성 노동〓유엔 조사 결과 여성 직업인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여전해 여성의 노동량이 남성 노동량의 11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녀간 임금 격차가 여전해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개선 사례〓카타르는 지난해 여성의 날에 실시한 시의회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했다.

이집트는 남편의 동의가 없이도 이혼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이혼권을 보장한 새 가족법을 1일 시행했다.

또 2월 실시된 이란의 총선에서는 여성의 권익 향상을 내세웠던 개혁파가 여성유권자의 열성적인 지지를 업고 보수파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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