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밥존스大 異인종간 데이트금지 학칙 개정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인종이 다른 남녀 학생들간에 데이트하는 것을 금해 미국 대통령 선거전 와중에 논쟁 대상이 됐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밥 존스대가 문제의 학칙을 3일 갑자기 없앴다.

이 대학의 밥 존스 3세 총장은 이날 밤 CNN방송의 ‘래리 킹 라이브’프로에 나와 “사람들이 우리를 인종차별주의자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며 “오늘부터 인종이 다른 학생들도 데이트할 수 있도록 학칙을 바꿨다”고 밝혔다.

73년 역사의 이 대학은 청교도 근본주의에 입각해 “서로 다른 생명체와 종(種)을 창조한 신의 섭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서로 다른 인종끼리 데이트하지 못하게 해왔다.

1950년대에 시작된 이 학칙은 사실은 백인 학생과 아시아인 학생이 서로 사귀지 못하게 하려고 만들어졌다. 흑인학생을 받아들인 것은 1980년대 초 학내 인종차별이 문제가 돼 면세혜택을 박탈당한 뒤부터이기 때문.

이 대학의 인종차별적 학칙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지명전에 나선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지난달 2일 대학을 찾아간 데서 비롯됐다. 그가 수천명의 학생과 교직원에게 유세하면서 문제의 학칙에 대해 말하지 않자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부시와 밥 존스대학을 모두 비판했다.

밥 존스대는 남녀 학생이 손을 잡는 것은 물론 6인치(약 15cm) 이내로 붙어다니는 것조차 막아왔다. 백인 학생이더라도 데이트할 때는 전화로 상대를 불러내서는 안되고 기숙사 메일을 통해 연락한 뒤 지정 장소에서 교직원의 감독하에 대화를 나누는 실정.

또 남학생은 머리 길이와 모양을, 여학생은 치마 길이를 학칙에 따라 지키겠다는 입학 서약을 해야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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