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카소네 문부상 '영어섞은 연설' 망신살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영어를 많이 섞어 써서 죄송합니다.”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일본 문부상은 24일 중의원 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나카소네 문부상은 18일 같은 위원회에서 5분간 장관연설을 하면서 ‘밀레니엄’ ‘팀티칭’ ‘에코스쿨’ 등 20여가지 영어단어를 섞어 썼다. 연립여당인 자유당소속 마쓰나미 겐시로(松浪健四郞)의원은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일본이 구미열강에 지배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며 “일본어를 지키고 전해야 할 문부상이 일본어를 푸대접한 것”이라고 따졌다.

나카소네 문부상은 “‘버추얼 에이전시(가상행정청)’ 등의 단어가 시중에서 많이 쓰이고 있지만 나 자신도 국민이 그 뜻을 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영어 단어를 여러 번 섞어 쓴 데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는 바른 일본어로 답변하겠다”고 사과했다.

일본 문부상의 중의원 사과소동은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하자’는 논의까지 있음에도 일본에서는 아직 영어에 대한 저항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나카소네 문부상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총리의 장남으로 1986년 정계에 들어서기 전까지 15년간 회사원 생활을 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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