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軍실력자 위란토 라디오방송 DJ 데뷔

  • 입력 2000년 2월 17일 00시 24분


인도네시아 군부의 최고 실력자였던 위란토 정치안보조정장관(52)이 압두라만 와히드대통령에 의해 전격 직무정지를 당한 이튿날인 15일 한 라디오 방송의 디스크자키로 데뷔했다.

‘해외토픽’같은 이 해프닝은 실제로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M97 FM 방송국에서 벌어졌다고 A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갑자기 방송국을 찾은 그는 디스크자키를 자청했다. 그는 청취자들과 잡담을 나누거나 로큰롤 노래도 골라 틀어주는 등 한시간 동안 스튜디오를 ‘장악’했다고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지가 보도했다.

위란토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청취자들이 의아해하자 “드라이브를 하다가 방송국에 그냥 들렀다”며 능청을 떨었다. 한 청취자가 전화로 “직무정지를 당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노 프로블럼(괜찮다)”이라며 “그 문제는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대답했다.

위란토는 이날 레드 제플린, 퀸, 지미 헨드릭스 등 60, 70년대 인기 그룹의 추억어린 노래들을 골라 틀었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 엘라 수이드는 “그를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왔다”면서 “초대 손님이 돼 달라고 했더니 ‘혼자서 디스크자키까지 다 하겠다’고 우겼다”고 전했다.

위란토는 동티모르 내부 폭력사태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해 9월에도 공개석상에서 70년대 가수 폴 윌리엄스의 히트곡 ‘필링(Feelings)’을 불렀다. 노래방에서도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잘 안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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