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킹 테러' 전모 윤곽 드러나…수개월 준비 '조직적'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7일부터 사흘동안 미국 인터넷 업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해킹 테러는 여러 명으로 구성된 해커집단이 수개월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저지른 것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4∼6명의 젊은 해커들이 최대 100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이용, 한 대학과 여러 개 기업의 컴퓨터에 침입한 뒤 야후 E트레이드 등의 유명 웹사이트를 공격한 것으로 파악했다.

ABC방송은 인터넷 서비스업체 아이콘그룹과 첨단기술자문회사 인비저니어링의 컴퓨터 서버가 이번 해킹에 이용됐다고 보도했다. 8일 하루 동안 아이콘그룹 컴퓨터를 거친 정보 가운데 40%가 해킹피해를 당한 e베이의 웹사이트로 집중됐다는 것.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대학과 몇 개 기업의 중앙 컴퓨터 시스템을 집중 경유(hijacking)하는 대담성까지 보였다며 그 수준이 초보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커들이 조직적 범죄를 계획했다는 징후는 또 있다. FBI내 국가기간산업보호센터(NIPC)는 이미 한달 전에 정체불명의 해커들이 대규모 인터넷 해킹을 준비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던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NIPC는 지난해 12월말 일부 해커들이 무차별적인 서비스거부(DoS)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거대한 호스트망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DoS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련업계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이 해킹에 이용된 것으로 드러나자 미 정부 기관들은 자체 컴퓨터망 점검에 나섰다. 해커들의 단골 목표가 돼온 국방부는 산하 컴퓨터망이 이번 인터넷 해킹에 이용됐는지의 여부를 파악하라고 10일 지시했다. 법무부도 예방조치 강화에 나섰다.

인터넷 업계의 피해 규모에 대해 에릭 홀더 법무부 부장관은 10일 “피해 및 복구비용이 수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관련 업체들의 주가 하락까지 감안하면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5일 전자상거래 및 네트워크 업체 대표, 컴퓨터 보안전문가들과 만나 사이버 범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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