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실리콘 앨리' 벤처 메카 넘본다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원래 미국 서부 실리콘 밸리에 기술이 있었다면 동부 뉴욕의 월가에는 자본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뉴욕에는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도 있다. 이른바 ‘실리콘 앨리’가 그것이다.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 14가 남쪽에서부터 하나둘 생겨난 인터넷 회사들이 지금은 빠른 속도로 뉴욕 전역에 퍼져가고 있다. 실리콘 밸리(계곡)보다 규모가 작다는 뜻에서 붙여진 앨리(오솔길)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가 됐다.

이같은 확장을 뒷받침한 것은 역시 자본. 서부에 있는 굴지의 벤처 캐피털 드레이퍼 피셔 저베트슨마저 뉴욕 팰리스 호텔 39층에 둥지를 튼 채 실리콘 앨리에서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증거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 캐피털들이 뉴욕의 창업회사들을 찾아 동진(東進)하고 있다고 7일자 경제면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그러나 벤처 캐피털들의 동진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기술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월가의 큰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실리콘 앨리의 큰 지리적 이점이다.

이 지역에서 화상 정보통신을 전문으로 하는 팬기어는 지난해 1억4000만달러,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코즈모 닷 컴은 6000만달러를 벤처 캐피털을 통해 조성했다.

이처럼 벤처 캐피털이 이 곳으로 몰리는 것은 실리콘 앨리에서 창업한 스타미디어 네트워크와 더블클릭이라는 두 인터넷 회사가 첫 기업공개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것과 무관치 않다. 뉴욕 지역의 벤처 캐피털 조성액은 매년 205%의 비율로 성장,실리콘 밸리지역의 성장률 145%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앨리의 실제 투자액수는 지난해 첫 9개월간 7억6000만달러로 실리콘 밸리의 같은 기간 투자액수 81억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뒤집어보면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도 된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일대에 하루 20∼30개의 새로운 인터넷 회사가 생겨난다고 해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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