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前총리 기민당 명예당수직 사퇴…비자금스캔들 책임

  • 입력 2000년 1월 19일 07시 10분


독일 기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헬무트 콜 전총리가 18일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기민당 명예당수직에서 사퇴했다.

반면 사임 압력을 받아온 볼프강 쇼이블레 당수는 이날 열린 당집행위원회에서신임을 얻어 당수직을 유지하게 돼 기민당 비자금 스캔들의 두 주역간 명암이 엇갈렸다.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콜 전총리는 총리 재임시절 200만마르크(12억원)의 비자금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으나 기부자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어 당내외의 비난을 받아왔다.

기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쇼이블레의 신임을 재확인하는 한편 콜 전총리가 불법자금 기부자의 명단을 밝히기를 거부함으로써 당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명예당수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콜 전총리도 곧 이어 성명을 발표하고 명예당수직은 물러날 것이나 기부자를 밝히지 않겠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91년 기민당 재정담당자가 군수업체로부터 100만마르크(6억원)의 뇌물을받은 사실이 드러나고 이 돈이 콜 전총리가 관리하던 비밀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폭로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한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은 쇼이블레 당수와 헤센주 기민당 지도부가 불법자금 유입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기민당 지도부 전체가 사퇴 위기에 몰리는등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기민당내에서는 쇼이블레를 지지하는 당권파와 콜 전총리를 지지하는 구당권파, 그리고 신진세력간 내부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등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콜 전총리가 사퇴하고 쇼이블레 당수가 살아남은 것은 일단 쇼이블레의 당권파가 당내투쟁에서 승리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쇼이블레 당수도 사실상 정치 생명은 끝난 것이며 다만 후임자를 위해 ‘더러운 일’을 마무리하는 일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은 검찰 수사와 의회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로 어는 정도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결국은 기민당이 자율적이든 타율적이든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에 따라 기민당의 회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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