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 환경운동가 대니 서]"하루 15분만 남을위해 쓰면…"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세계적 유명인사가 된 재미 환경운동가 대니 서(한국명 서지윤·23)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색 티셔츠에 사파리 잠바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대니 서는 한국의 평범한 학생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지만 그의 해맑은 표정과 자신 있고도 조리 있는 말솜씨는 좌중을 압도했다. 왜 미국 언론들이 그를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그토록 칭찬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니 서는 모피 옷 안입기 캠페인 참가, 지리산댐건설현장 방문 등 환경관련 행사 외에 고등학생들과의 만남, 네티즌과의 대화, 책 사인회 등의 일정을 마친 뒤 26일 출국한다.》

-새 밀레니엄을 맞아 첫 고국 방문의 소감은….

“12세 두번째 고국 방문때 부산의 해운대가 너무 더러운 것을 보고 대통령께 해결책을 호소하는 편지를 쓴 기억이 난다.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된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당신에 대해 환경운동가로서보다는 백인도 아닌 한국인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유명인사가 된 것에 오히려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왜 미국의 언론이 당신에게 주목한다고 생각하나.

▼ 환경운동 실천하자 美언론 주목 ▼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환경문제 등 온갖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해결책이 없어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갖 지식과 해결책이 넘쳐나는 게 오히려 문제다. 이때 나이도 어린 내가 ‘나의 작은 실천이 주위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고 주장하고 또 이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입증해 보이니까 언론이 나에 대해 주목하는 것 같다.”

-당신의 주장이 새로운 주장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이다. 그러나 나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작은 것이나마 실천을 해왔고 작은 실천이 거듭되면서 수백만달러의 기부금을 모금한다든지 하는 큰 일을 해낸 것에 대해 미국인들은 박수를 보내는 것 같다. 또 생존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 개인의 탐욕을 버리고도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반향을 일으키는 것 같다.”

-대학에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을 던질 줄 알았다.(웃음) 한국사람들은 꼭 그 질문을 한다. 대학 진학 문제는 자신의 인생목표를 실천하는데 대학교육이 필요한가 아닌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12세때부터 고3때까지 7년간 환경운동을 하면서 느낀 건 환경운동가로서 필요한 것은 대학교육이 아니고 내게 필요한 지식 지혜 경험은 환경운동을 하면서 배웠고 또 배워 나갈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모두가 나처럼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도 대학에서 더 공부할 생각은 없나.

▼ 한국어 공부위해 대학진학 고려 ▼

“이번 고국 방문길에 한국어를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환경운동가로 주로 미국에서 활동을 하지만 한국의 환경단체와 연계해 한국에서도 활동할 계획이다. 따라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대학에 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

-부모님께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을 때 반응이 어땠는가.

“우리 부모님 역시 다른 한국계 가정처럼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대단하다. 내가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말씀 드리자 어머님은 너무 충격을 받으셨는지 ‘다림질할 옷이 없냐’고 딴 소리를 하셨고 아버님은 화난 표정으로 ‘그럼 도대체 넌 뭘 할 거냐’고 물으셨다. 물론 지금은 내게 전적인 지지를 보내신다. 작년에 내가 두 번째로 쓴 책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를 부모님 결혼 30주년 선물로 드리자 무척 기뻐하셨다.”

-당신은 자가용도, 휴대전화도 없이 생활하는 등 극도로 현대문명의 이기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당신의 생활방식을 다른 사람이 따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생활이 복잡해지느니 가진 게 없어서 단순하고 정리된 생활을 택한 것뿐이다. 내 생활방식을 남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내 생활 자체가 환경운동가로서 남에게 주는 메시지인 것만은 사실이다.”

-당신이 말하는 작은 실천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주 쉬운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주위를 변화시키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나 기술, 시간을 아주 많이 희생해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하루에 15분만 할애해서 남을 돕거나 주위를 위해 쓴다면 세상은 물론 자신의 삶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당신은 기부금 모금에 탁월한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 의지만 있으면 기적도 가능 ▼

“나는 작은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뿐이다. 부자들에게 기부금을 내라고 호소하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쇼핑하고 남은 여분의 동전, 비행 마일리지, 부엌찬장 창고 욕실에 널려있는 쓰지 않는 물건들을 뜻있는 일을 위해 기부해달라고 말했다. 한번은 의류상점에서 하루 일을 하고 그 대가로 티셔츠 500장을 얻어 이를 벼룩시장에서 좋은 일에 쓴다며 평소 가격보다 2배 비싼 7달러에 팔았다. 한 시간만에 옷을 다 팔아 간단하게 3500달러를 벌기도 했다. 의지가 있으면 작은 기적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 현재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의 계획은….

“시민운동에 관한 세 번째 책을 집필중이며 곧 내 이름을 걸고 TV쇼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12세때 만들었던 환경운동단체 ‘지구 2000년’의 개념을 발전시킨 또 다른 시민단체도 하나 결성할 방침이다.”

<이병기기자> 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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