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햐얀스타킹 부대' 진짜로 있다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체첸 전선에 신화처럼 나돌던 공포의 여성 저격수가 붙잡혔다.

러시아군은 최근 체첸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 부대 소속의 옐레나(22)를 생포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옐레나는 95년 용병으로 반군에 입대해 최근 전투에서만 20여명의 러시아군인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선수 출신의 옐레나는 돈 때문에 용병이 됐으나 전장에서 사랑에 빠져 반군장교와 결혼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체첸측이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에서 구 소련 특수부대나 운동선수 출신의 젊은 여성을 용병으로 고용해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얀 스타킹 부대’로 불리는 이 현대판 아마존 전사들은 백발백중의 사격솜씨와 강인한 체력으로 러시아 병사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들은 여성에 약한 군인들의 심리를 활용해 군 경계망을 뚫고 다니며 러시아군을 후방에서 기습하거나 ‘육탄 미인계’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첸측은 이 부대의 실체를 부인해왔고 러시아군도 그동안 단 한 사람도 생포하거나 사살한 적이 없었다. 러시아는 94년 1차 체첸전 당시 여성저격수들에게 큰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으며 지난해 10월에도 체첸 인근 다게스탄공화국에 이 부대가 출현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증거를 대지는 못했다.

일부 러시아 언론매체는 여성저격수를 체포했다는 군의 발표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카프카스 전문가인 비교정치연구소의 보리스 카카르리츠키 연구원은 14일 러시아 일간지 모스코타임스에 게재한 글에서 “‘하얀 스타킹 부대’는 러시아군 병사들로 하여금 체첸에 대한 적개심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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