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난민소년 고국 돌아간다…美이민국 결정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한달 넘게 미국과 쿠바가 외교적 마찰을 빚게 한 쿠바 난민소년 엘리안 곤살레스(6)가 결국 쿠바로 돌아가게 됐다.

미 이민귀화국(INS)은 5일 엘리안을 14일까지 쿠바에 있는 아버지 후안 미겔 곤살레스에게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도리스 메이스넌 INS국장은 “엘리안의 이민자격 부여에 관한 유일한 법적 대리인인 아버지의 의사를 받아 들여 엘리안을 쿠바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민국이 관련 법규와 절차를 철저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엘리안을 미국에서 살게 하려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엘리안은 지난해 11월 25일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미국인에 의해 구조됐다. 함께 쿠바를 탈출했던 생모와 계부는 파도 속에서 목숨을 잃었고 엘리안은 구명 튜브에 매달려 이틀을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미 당국은 극적으로 구조된 6세 소년에게 영주권을 부여해 마이애미에 있는 친척집에서 살도록 허용했다. 해상에서 구조된 쿠바인은 돌려보내던 원칙을 깬 것이다. 인권단체들의 호소와 쿠바의 인권실상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판단이 동시에 고려된 결정이었다.

이에대해 피델 카스트로 쿠바국가평의회의장은 “미국이 ‘납치’한 엘리안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며 분노를 나타냈고 이어 쿠바에서 반미시위가 잇따랐다. 뉴욕타임스 같은 미국의 유력지들도 “미성년자인 엘리안의 체류문제는 유일한 친권자인 아버지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며 정부의 경솔한 결정을 비난했다.

결국 미 법무부가 엘리안의 아버지를 만난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며 한발 물러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그러나 쿠바계 미국인들이 INS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후유증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공화당의 대선 예비후보들도 5일 “정부의 결정은 자유를 찾아온 소년을 공산주의 치하로 다시 보내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고 카스트로 반대단체들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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