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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30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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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연구소 국가방위위원회(NDCF)에따르면전세계 193개국중3분의1이넘는65개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에서 2000년을 맞는다.
▼ 전쟁 ▼
군사와 외교문제를 연구하는 NDCF는 30일 현재 크고 작은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가 작년보다 5개국이 늘어 65개국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최고 기록인 95년의 71개국 보다는 줄었지만 냉전시대인 80년대 평균 35개국에 비해서는 거의 2배나 되는 수치.
연구소는 이날 발표한 분쟁관련 보고서에서 “냉전이 온전(溫戰·Warm War)으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20년간 인구와 대량살상무기 증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심각한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가장 치열하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체첸.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현재 체첸군 5000여명이 숨졌고 1만2000명이 다쳤다. 10만명의 러시아군이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둘러싼채 3개월째 맹공을 계속하자 체첸군은 그로즈니 북서쪽 외곽에서 암모니아 또는 염소 등 유독가스가 들어있는 가스탱크를 터뜨리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결사항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에서 20세기 마지막이 될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붕괴됐다.
올해 기니비사우와 파키스탄, 니제르, 코모로 공화국 등에서 쿠데타가 발생했고 아이티 등에서는 독재가 계속되고 있다.
또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국경분쟁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등에서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NDCF는 2000년 세계 최악의 분쟁지역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꼽았으며그다음으로는소말리아 이라크체첸앙골라를 지목했다.
▼ 기근 및 난민 ▼
유엔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전쟁과 기근 등으로 인한 난민이 지구촌에 1149만명이나 된다.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체첸인구 70만명중 이미 27만명이 인근 잉구셰티야공화국과 그루지야 등으로 빠져나갔으며 난민행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인구의 절반인 30억명이 하루에 2달러(2270원)에도 못 미치는 생계비로 연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 13억명은 하루 생계비가 1달러(1135원)를 넘지 않는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사는 극빈층은 87년에는 12억명이었지만 그간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1억명이 늘었다.
이라크에서는 90년 걸프전쟁이후 계속되고 있는 유엔의 경제제재로 인해 125만여명이 사망했다고 이라크 정부가 29일 밝혔다. 이라크는 이중 50만명이 5세 이하의 어린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라크 중부와 남부 지역의 5세 이하 어린이 사망이 10년간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 자연재해 ▼
볼리바르 베네수엘라 공화국과 서유럽 등 이달 들어 발생한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본 국가들은 금세기 마지막을 우울하게 보내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달 중순 폭우로 2만∼5만명이 숨지는 금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를 겪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식수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20만∼25만명은 직장을 잃었다.
아직도 수만명이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난민들이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전염병까지 발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피해복구를 위해 200억달러(약 22조7000억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국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기상재해는 선진국도 비켜가지 않았다. 프랑스 스위스 등 서유럽 각국에서는 25일 시작된 초특급 폭풍으로 130여명이 사망하고 가옥 철도 도로 등이 파손돼 엄청난 재산피해를 보았다.
이때문에 프랑스 독일 등은 밀레니엄 축하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프랑스 등은 폭풍우로 인해 전기와 수도 등이 끊기는 등 축하행사를 벌일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상심한 국민을 위로하고 단결의 계기로 삼기 위해 축하행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희성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