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엔 核있다" 옐친 경고발언 파문

  • 입력 1999년 12월 11일 00시 06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옐친 대통령은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직후 기자들에게 그같이 말했다. 전날 클린턴대통령이 “민간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러시아군의 대(對)체첸 공습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응수였다.

이에 대해 클린턴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그(옐친)도 미국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잊고 코소보공습에 반대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되받았다.

클린턴은 “나는 수십만명의 민간인을 쫓아내는 것이 체첸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중단시키겠다는 러시아의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다가 잠시후 클린턴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들(중―러 정상)의 발언이나 비판에 대해 너무 자꾸 얘기하지 말자”고 옐친발언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옐친발언에 대한 진화와 비판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9일 “옐친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의 발언이 양국관계를 냉각기에 접어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러시아는 미국 및 미국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무마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푸틴총리는 “클린턴대통령의 발언은 체첸상황에 관한 불충분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며 “러시아에 핵국방력은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은 “옐친 대통령의 발언이 신중한 고려 끝에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고위 정치인으로서 진지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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