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 적대적 M&A자존심 싸움

  • 입력 1999년 11월 21일 22시 47분


영국과 독일이 세계 제1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 에어터치사(영국)의 만네스만사(독일)에 대한 사상 최대규모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선언을 계기로 자존심 싸움을 시작했다. 싸움은 19일 보다폰이 1390억달러(약 166조원)에 만네스만을 인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발표 직후 독일 정치인들과 만네스만의 근로자들은 “합병이 이뤄지면 만네스만의 근로자 13만명중 상당수가 해고될 것”이라며 “독일 정재계가 나서 합병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지가 20일 전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이날 프랑스 르몽드지와의 회견에서 “적대적 M&A는 기업문화를 파괴한다”며 “보다폰은 협력을 중요시하는 독일식 자본주의를 얕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슈뢰더 총리는 내달 7일 열리는 유럽연합(EU)국제시장위원회에서 새 M&A 가이드라인을 통과시켜 보다폰의 합병을 막을 생각이라고 독일 언론이 전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 젠트 보다폰사장은 “M&A는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독일 정부는 합병에 개입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젠트 사장은 “슈뢰더 총리는 M&A가 주주들 사이의 문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영국 언론은 두 회사의 합병성사 가능성이 60%정도 된다며 은근히 보다폰을 지원하고 있다.

싸움이 미국과 프랑스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벨애틀랜틱 등 미 통신회사들이 만네스만을 지원할 ‘백기사’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만네스만은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프랑스의 비벤디사와 텔레콤 부문을 합병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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