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위청차관 경질배경]주변國반발-野공격 막으려…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9시 33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가 핵무장 필요성을 언급한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방위청 정무차관을 경질한 것은 이례적으로 빠른 결단이다. 그만큼 부담을 느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니시무라 경질로도 일본이 군사대국화에 나설지 모른다는 주변국가의 불신을 씻어내지는 못할 것 같다.

니시무라 경질은 우선 오부치 총리에게 향하는 ‘인선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달 말 임시국회부터 고위관료가 장관을 대신해서 답변하는 ‘정부위원제’가 폐지된다. 장차관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 그래서 오부치총리는 내각의 ‘의회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관례를 깨고 자신이 직접 차관을 인선했다.

자민당 자유당 공명당의 자자공(自自公)연립정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자민당은 자자공 연정 발족 이후 첫 국회의원선거였던 17일 나가노(長野)현 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에 참패했다. 원인은 공명당과 손잡은 데 대한 유권자의 반발로 분석됐다. 이번 사안도 방치하면 3당연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당의 반발도 거셌다. 민주당 공산당 사민당은 일제히 니시무라 파면을 요구했다. 야당을 다독거리지 않으면 발등의 불인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비롯한 국회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주변국가의 시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정부는 일본이 우경화로 치닫고 있다는 주변국가의 우려를 계속 부인해 왔다. 그러나 다른 문제도 아니고 핵무장의 필요성을, 그것도 방위청차관이 거론한 것은 일본정부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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