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무기 1만2000여개 韓日등 18개국에 한때 배치

냉전시대 미국이 해외에 배치했던 핵무기의 규모와 장소가 최초로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미원자력과학자협회가 발행하는 원자력과학자협회지는 11∼12월호에서 45년부터 77년까지 미국의 해외 핵무기 배치현황을 정리한 국방부의 연사(年史) 등 사료를 인용, 미국이 냉전의 절정기에 무려 1만2000여개의 핵무기를 해외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원국에 7000여개,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지역에 2000여개, 그리고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등에 3000여개를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협회지는 폭로했다.

협회지는 또 미국이 지금까지 핵무기를 배치한 18개 국가와 해외에 있는 9개 미국령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여기에는 핵무기 배치에 반대해온 아이슬란드와 네덜란드령인 그린란드, 핵무기 반입이 금지돼 있는 일본 등이 포함돼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58년 1월 어니스트 존 미사일과 핵탄약 핵폭탄 마타도어미사일 △58년 3월 핵폭탄 △61년 1월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63년 7월 서전트 미사일 등 핵무기가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협회지는 보도했다. 미국은 91년 한국에서 전술핵을 모두 철수했다고 협회지는 전했다. 또 한국전 당시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구소련과의 핵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괌에 15개의 핵무기를 배치하게 하는 등 태평양지역의 핵전력을 증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지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54∼55년 대만(臺灣) 해협에서 중국과 군사적 충돌위기가 빚어지자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핵무기를 반입하도록 하는 한편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를 대만 해협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도 NATO 회원국인 벨기에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6개국과 미국령에 150여개의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고 협회지는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20일 이번에 공개된 사료는 미국이 냉전 당시 얼마나 광범위하게 핵무기를 배치했고 얼마나 대량살상무기에 의존해왔는지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