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와히드, 이슬람세력 업고 대통령궁 입성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9시 33분


인도네시아 네번째 대통령에 선출된 압둘라만 와히드 국민각성당(PKB) 당수는 이슬람교도의 정신적인 지도자다.

그는 국민의 90%가 이슬람교도인 인도네시아에서 회원 4000만명의 최대 이슬람단체인 나둘라툴 울라마(NU)를 15년간 이끌어왔다. 그만큼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다. NU는 보수적인 이슬람단체이나 와히드는 다른 종교와의 유대를 강조하는 등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반(反)수하르토 운동을 벌였을 만큼 ‘행동하는 종교인’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특히 96년 수하르토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를 민주당(PDI) 당수직에서 몰아낸 후 지지자를 유혈 진압하자 격렬하게 항의하는 등 메가와티와는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 직접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전까지는 줄곧 “메가와티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메가와티는 와히드가 출마한 후에도 “와히드에 대한 지지는 사실상 나에 대한 지지”라며 내심 와히드가 후보를 사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라이벌로 여겼던 집권당 후보 하비비는 맥없이 물러난 반면 ‘허수’로 보았던 와히드에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와히드의 지지세력은 이슬람정당. MPR 내의 7개 주요 이슬람정당은 “여성 대통령은 안된다”며 하비비와 메가와티에 대한 대안으로 와히드를 추대했다. 와히드의 최대 장점은 포용력.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를 통합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약점은 건강. 집에서도 누군가의 길안내를 받아야 할 만큼 시각장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뇌졸중으로 두 번이나 쓰러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후 바그다드에서 이슬람법과 문학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결혼한 아내 누리야 사이에 4남매를 두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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