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티모르 스케치]피살 민병대원 장례식 분위기 살벌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23분


東티모르 개표 준비
東티모르 개표 준비
1일 오전10시경 동티모르 주도(州都) 딜리시내. 조용했던 시내가 때아닌 차량 행렬로 소란해졌다.

전날 숨진 채 시내에서 발견된 ‘아이타락(‘가시’란 뜻)’ 민병대원 한 명의 장례식 행렬이었다. 인도네시아 경찰의 백색지프가 앞서고 검은 제복의 민병대원 수십명이 탄 오토바이, 꽃을 가득 실은 트럭 두 대가 천천히 시내를 통과했다. 이어 민병대원과 유가족, 동네주민을 태운 수십대의 트럭과 버스가 줄지어 교외로 향했다.

★곳곳에 총검무장 대원

민병대원과 주민 등 10여명이 타고 있는 한 트럭에 접근해 장례식을 취재하고 싶다고 하자 태워주었다. 민병대원들은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띠를 이마에 두르고 있었다. 동료의 장례식을 취재하러 가는 기자를 ‘동지’처럼 여겼는지 웃는 얼굴로 반겨줬다. 하지만 이 민병대가 민병대 중에서도 가장 포악한 단체라고 생각하니 대원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도 가슴은 마구 뛰었다.

아이타락 민병대는 전날 딜리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를 봉쇄했다. 이 단체의 대장 에우리코 구테레스는 “독립을 지지한 사람은 선거개표 때까지 출국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위협했었다.

시속 5㎞로 50분가량 딜리공항 방면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코모로 딜리 다라트 라이코트 지역의 공동묘지였다. 민병대원들은 관 위에 인도네시아 국기를 덮은 뒤 땅에 묻었다. 민병대원 등 1000여명이 지켜봤다. 유족이 오열했다. 구테레스는 마이크를 들고 떠들어댔다. 보복을 부추기는 것만 같았다.

★삼엄한 경비속 검표

장례식을 마치고 딜리로 되돌아온 민병대는 총검으로 무장한 채 살기등등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잠시후 딜리시내에서 소년 한 명이, 딜리에서 16㎞ 떨어진 헤라 마을에서 4명이 민병대에 의해 피살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들은 “유엔이 독립파를 부추기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

AMET)은 이를 일축하면서 공식항의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표결과 내주초 발표

유엔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딜리 경찰서옆 박물관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 검표작업에 들어갔다. 투표참가자와 투표용지 숫자가 맞는 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하루이틀 걸린다고 유엔관계자는 말했다. 그뒤 특정지역에서 몰표가 나올 경우 민병대의 보복이 있을 것을 우려해 각지에서 운반해온 투표용지를 섞은 뒤 이르면 2일부터 본격개표에 들어간다.

유엔측은 다음주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엔측은 투표결과 발표와 동시에 독립파와 자치파의 협상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딜리〓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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