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결정되면 인니軍 철수약속 지킬까?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동티모르 주민투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세가 독립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도네시아 군부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티모르가 독립국가를 구성하려면 동티모르내 정파간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인도네시아 군부의 ‘지지’ 내지 최소한 ‘불개입’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티모르에는 현재 인도네시아군 1만5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군부는 45년 인도네시아가 독립한 이래 300여 종족과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국가의 통합을 이끌어온 중추세력이었다.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30여년 독재통치를 뒷받침해주었으며 현 B J 하비비 정권도 군부핵심의 지지로 성립됐다.

군부실세인 위란토 군총사령관은 6월 인도네시아 총선을 앞두고 동티모르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자 “다수가 독립을 원하면 올 가을부터 6개월에 걸쳐 동티모르에서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위기 속에서 동티모르 무력점령과 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군부 내에는 ‘철수 불가’ 주장이 우세하다. 75년 동티모르를 점령한 뒤 독립투쟁세력과 대결하면서 2000여명이 희생됐는데 이제와서 그냥 철수할 수는 없다는 것.

동티모르 독립을 허용할 경우 아치에주 이리안자야 암본 등지의 분리 독립운동에 불을 댕길 것이란 우려도 군부 내에 많다. 자칫 인도네시아연방도 구소련 유고슬라비아 등 해체된 연방국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본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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