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억류 선박끌고 몰래 귀국 '뻔뻔한 한국인'

  • 입력 1999년 8월 12일 23시 41분


참치잡이로 유명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불법조업으로 억류됐다가 야밤에 배의 닻줄을 끊고 도주한 한 한국인 때문에 우리나라와 키리바시 사이의 외교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12일해양수산부에따르면작년 6월 키리바시 앞바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서 참치잡이를 하던 어선 자스민6호(선장 김삼종)가 불법조업 혐의로 키리바시 경찰에 체포돼 억류됐다.

배는 묶이고 선장 김씨는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이 8개월 이상 끌면서 판결이 내려지지 않는 동안 이 어선의 한국측 관리인인 이정우씨가 2월 18일 키리바시로 가 밤에 몰래 항구에 정박된 배의 닻줄을 끊고 도주했다.

인구 9만명의 작은 섬나라는 발칵 뒤집혔다. 키리바시 정부는 ‘외교적 야만행위’라고 흥분하면서 우리 정부에 이씨의 엄중처벌과 자스민 9호의 송환을 요구했다. 해양수산부는 그러나 자스민 9호의 선적이 당시는 온두라스, 현재는 캄보디아로 우리나라가 아니며 키리바시와는 범죄인 인도협약이 맺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키리바시의 요구를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5개월여를 질질 끌어왔다. 이 사이 키리바시 정부로부터 신임대사 신임장 수령을 거부당하고 연안 참치잡이 입어허가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축소되는 국가적 망신까지 당한 것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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