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右傾化로 가다(中)]비둘기파 약화 보수파 견제 어려워

  • 입력 1999년 8월 10일 18시 46분


9일 밤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는 여야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범죄방지를 위한 통신도청법안이 가결됐다. 참의원 본회의에서 국기국가법안이 통과된 지 몇시간 뒤였다. 야당인 민주 사민 공산당은 도청법안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고 판단해 이례적으로 실력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 등은 이를 묵살하고 밀어붙였다.

국기국가법안과 통신도청법안 말고도 신(新)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 주민등록대장법안 등이 이번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법개정문제를 논의하는 헌법조사회를 내년 중 국회에 둔다는 국회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예전 같으면 한건 한건이 사회적 파문과 국회공전을 초래했을 사안이다. 그러나 일본의 집권세력은 이런 안건들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예전처럼 이쪽저쪽의 눈치를 보지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자민당 등 보수세력은 이를 ‘전후(戰後)의 진정한 청산’이라고 설명한다. 1945년 이후 일본의 어깨를 짓누르던 패전국의 멍에를 20세기 중에 벗어던지고 21세기를 맞겠다는 얘기다. 일본의 세기적 전환은 이렇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것이 가속화된 것은 사회분위기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일본 지식인사회는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과거사 정당화와 재군비 주장을 금기처럼 여겼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속죄의식’이 작용했다. 사회당(현 사민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계의 반(反)자민당세력과 학계 시민단체 언론에는 우경화를 비판하고 저지하는 의지와 힘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이런 견제세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이데올로기 퇴조와 사민당 약체화로 정계에서 ‘비둘기파’의 위상은 현저히 낮아졌다. 현재 반자민세력의 중심인 제1야당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민주당에도 보수화에 동조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스루가다이(駿河臺)대 다카바타케 미치토시(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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