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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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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29일 알바니아계 남자와 결혼한 세르비아 여성 밀카 야쿠피의 가족사를 통해 코소보의 비극을 조명했다.
밀카는 66년 전기공인 알바니아계 청년 아뎀 야쿠피를 극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당시에는 종교나 인종보다 사랑이 더 중요했던 때였다. 밀카의 부모도 반대하지 않아 둘은 결혼했다. 베오그라드에 살면서 1남2녀를 뒀다. 그러다 남편 부모쪽의 압력에 밀려 결혼 19년만에 프리슈티나로 이사했다. 큰딸 기네라는 보스니아 출신의 이슬람교도와, 작은 딸 줄피야는 알바니아계와 결혼했다. 밀카는 4년전 남편과 사별했다.
밀카는 프리슈티나로 이사한 뒤 알바니아계와 대체로 사이좋게 지냈다고 회고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89년 코소보 자치권을 박탈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계 사이에 적대감이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밀카는 “이같은 증오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지, 지도자에 의해 촉발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공습 이후 사정은 더 악화됐다. 밀카의 가족은 외부와 접촉을 삼가면서 숨어지내다시피 했다. 코소보 북부 포둘예보에 살던 기네라는 세르비아군경을 피해 남편과 함께 산속으로 들어갔다.
밀카는 “세르비아계가 알바니아계에게 끔찍한 일(인종청소)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세르비아계를 상대로 똑같은 만행을 저지르는 알바니아계를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