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紙, 한반도전쟁 발발 가정 대응시나리오 게재

  • 입력 1999년 5월 25일 19시 48분


《25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에는 한반도 전쟁발발 시나리오가 실렸다. 24일 참의원을 통과해 확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에 규정된 후방지역 지원과 후방지역 수색구조활동 등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는 가이드라인 관련법이 규정한 ‘주변사태’가 주로 한반도 전쟁을 상정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다음은 시나리오 요지.》

북한의 핵시설을 둘러싼 북―미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북한은 비무장지대에 미사일부대를 집결시켰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군도 전시체제에 들어갔다. 일본정부는 미군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기초로 자위대에 비상근무태세를 지시했다. 외무성은 서울에 있는 7천여명의 일본인을 구조하기 위해 자위대 수송기와 호위함의 급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갑자기 서울을 향해 로켓포와 미사일을 발사했다. 서울일대는 큰 혼란에 빠지고 다른 도시에도 북한군 게릴라의 파괴활동이 계속됐다. 한미연합군은 대포나 전차부대를 총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미해군의 기동부대가 일본영해에서 작전을 개시하고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해병대가 한국으로 출병했다.

일본총리는 이 전쟁이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해 ‘주변사태’를 선언했다. 미국도 일본의 지원을 요구했다. 일본정부는 ‘기본계획’을 만들어 안전보장회의를 거쳐 각의에서 의결했다. 기본계획에는 후방지역 지원과 후방지역 수색구조활동이 들어 있다.

국적불명의 선박 수척이 일본영해 주변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정보를 해상자위대가 포착했다. 유엔안보리가 이미 북한비난결의를 채택, 경제제재(해안봉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졌고 미군도 일본정부에 선박검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선박검사는 가이드라인법에서 삭제됐기 때문에 해상자위대는 출동할 수 없었다.

규슈(九州)주변에는 수만명의 난민을 태운 배가 상륙했고 주고쿠(中國)지방에도 난민이 표류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민 중에는 북한의 무장게릴라도 위장잠입해 있어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미국본토에서 발진한 수송기가 후쿠오카(福岡)와 고마쓰(小松)공항 등에 속속 도착했다. 황급히 무기 탄약 등을 싣고 한반도를 향해 날아갔다.

전쟁이 확대되면서 각지의 공항에는미군부상병들이수송돼 왔다.

후방지원활동은 규정상 ‘전투지역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만 할 수 있다. 사태가 확대되자 일본정부는 자위대에 후방지원을 단념하고 일본으로 귀환하라고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일본의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태인 데도 일본은 아무 것도 안한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총리는 점차 초조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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