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中거주인 167만명이 유입된다면…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54분


중국 본토에 사는 홍콩인 자녀들의 홍콩 이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로 홍콩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홍콩의 최고법원인 종심법원은 부모 한쪽이 홍콩영주권을 이미 갖고 있거나 아이를 낳은 뒤에 홍콩영주권을 얻었으면 그 자녀는 홍콩 거주권을 갖는다고 1월에 판결했다. 그러나 홍콩특별행정구는 이 판결의 기본이 된 홍콩기본법의 관련조항을 유권해석해달라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18일 요청했다.

특별행정구가 최고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판결대로 하면 무려 1백67만명이 홍콩 이주자격을 갖기 때문이다. 홍콩인구 6백80만명의 24%나 된다. 특히 새로 취학할 초중고교생 숫자가 현재 홍콩의 초중고교생 숫자를 넘는다.

둥젠화(董建華)홍콩특별행정구 장관도 17일 “엄청난 중국 본토인들의 유입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이주민 수용비용만도 9백억달러(약 1백8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콩인의 78%는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많은 홍콩인들은 본토인들이 몰려들면 학교 병원 주택 등 사회복지시설 확충에 드는 비용과 실업자 증가에 따른 사회불안으로 홍콩 경제가 주저앉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이민자 시한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홍콩 법조계와 진보적 인사들은 전인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당국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 홍콩의 자치와 사법권 독립을 포기하는 것이며 언론과 집회의 자유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개입 여지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특별행정구는 전인대가 이주대상자를 20만명선으로 줄일 수 있는 유권해석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자룡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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