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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1일 0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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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 영국 더 타임스지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옐친대통령은 29일 크렘린에서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 이고리 세르게예프 국방장관 등 핵심 관련자만 참석한 비공개 안보위원회 회의를 갖고 수천개의 단거리 전술핵 무기 개발 및 사용에 관한 계획을 승인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계획에는 △단거리 핵 미사일 △잠수함 탑재 전술핵 무기 등을 대상으로 노후 핵무기를 보완하고 현대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이들 신문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블라디미르 푸틴 안보위원회 서기는 “전술핵 보강 계획은 코소보사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측통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공습 이후 러시아가 느끼는 재래식 무기의 취약점에 대한 불안감에서 이같은 결정이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핵전문가 레오니드 라드지코프스키는 “러시아의 전술핵 보강 결정은 NATO군의 유고 공습에 대한 불안에서 나온 일종의 허세로 보인다”며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이 NATO군의 유고 공습에 암묵적인 ‘경고’가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구소련 붕괴 이후 전술핵 무기를 보강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졌으며 이런 분위기는 NATO군의 유고 공습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 전술핵 무기를 벨로루시로 이동 배치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미국과 러시아는 2002년까지 전략핵무기 탄두를 3천5백기로 줄인다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을 93년에 체결했다. 미 의회는 96년 이를 비준했으나 러시아 의회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전략핵무기에 대해서는 양국이 협약을 통해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술핵 무기에 대해서는 다자간이나 양국간 협약이 없다. 따라서 러시아의 이번 전술핵 보강 계획은 양국이 일방적으로 전술핵 무기를 대폭 감축키로 한 91년 양국정상의 약속을 유명무실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육해공군이 모두 7천7백40개 가량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