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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8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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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7일 동티모르의 분리독립 혹은 자치를 묻는 주민투표를 8월 8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비비대통령은 이날 발리섬에서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동티모르 주민들이 분리독립과 인도네시아의 주(州)로 남아 자치를 실시하는 두가지 방안중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75년 동티모르를 침공, 이듬해 27번째 주로 합병한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의 독립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24년만에 처음이다.
하비비대통령은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일본 필리핀 등 6개국이 유엔의 후원 아래 선거감시와 치안유지를 담당하기 위해 초청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와 포르투갈은 5월5일 유엔본부에서 동티모르 주민투표의 방식과 절차에 관한 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하비비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는 위란토 국방장관 겸 총사령관 등 군부 실세가 배석해 이번 선언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낳게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티모르에 대한 정책을 이처럼 수정한 것은 수하르토 퇴진후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동티모르의 독립을 위한 투표가 평화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 과거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유엔결의가 수차례 있었지만 실패한 전례도 있다.
하비비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동티모르의 독립을 주장해온 세력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평화로운 투표를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립반대파는 “독립을 지지하는 투표결과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내 자치주 잔류를 위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이 80여만명인 동티모르 내에는 독립을 주장하는 다수파 가톨릭계와 인도네시아의 주(州)로 남아 자치권을 확보하자는 친인도네시아계 이슬람계 소수파간에 유혈충돌이 계속돼왔다.
인도네시아 군과 경찰의 방조 속에 친인도네시아계 무장 민병대는 17일 주도 딜리에서 독립파 주민 30명을, 5일에는 딜리 서쪽 리퀴자 지역 한 성당에 수류탄을 던져 40명을 각각 살해했다.
동티모르는 강제 합병된후 무장 독립 투쟁을 벌여왔으며 20여만명이 인도네시아 군경과 친인도네시아 무장민병대에 학살됐다. 유엔은 합병을 인정하지 않았다.〈구자룡기자·누사두아(인도네시아)APAFP연합〉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