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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8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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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외교아카데미소속 현대국제연구소(ICIP)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몬터레이 국제학연구소는 이달초에 공동발간한 북한관련 보고서에서 “코소보사태는 북한당국의 사고(思考)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7일 동아일보사가 입수한 이 보고서는 “북한관리들이 워싱턴의 의도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됐으며 미국은 위협과 압박, 그리고 침략을 통해 세계를 지배할 의도를 가진 ‘새로운 히틀러’라는 인식을 굳혔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북한은 자신들이 조금만 틈을 보이면 미국이 ‘독수리’처럼 북한을 공격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워싱턴과 협상을 계속하면서도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CIP관계자와 접촉한 북한 고위관리는 “이는 국가의 생존이 걸린 일로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나 속임수를 통해 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고서는 전했다.
그러나 북한 관리들은 미국이 당장은 유고 공습에 대한 세계의 비난여론을 의식해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좀더 유연하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것을 북한에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희망하는 ‘유리한 합의’로 △미국과의 외교관계 개선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의 북한 가입 등을 들었다.
북한관리들은 미국이 유고 문제에 장기간 발이 묶이면 미국은 약화되고 미국 불패(不敗)의 신화는 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