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怪선박 발포 파장]日 군사대국화 계기될수도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30분


1954년 일본 자위대 창설 이후 최초로 ‘실제상황’의 발포와 폭탄투하로 이어진 괴선박 2척의 일본영해침범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일본정부의 공식표현은 ‘국적불명 괴선박’. 그러나 정부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공작원 침투나 접선, 정보수집을 위한 북한공작선으로 단정하고 있다. 근거는 △선박이 일본어선으로 위장했고 △일본측의 정선명령을 무시한 채 북한쪽으로 달아났으며 △선박에 교신용 안테나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 등이다.

일본은 ‘초강수 대응’을 했다. 크게 보아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내에 안보불안감이 팽배해진 터에 괴선박의 도주를 방치한다면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비판받을 것을 우려했다. 일본정부 관계자도 “내버려 두었다면 국민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 위기상황을 강조하려는 속셈도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북한선박 침투에 발포까지 한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은 최근 해빙조짐을 보이던 북―일관계를 다시 냉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선박인도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일 것같지도 않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일본내의 대북여론이 한층 나빠져 식량지원 등 대북관계 개선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도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한국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위대 발포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일본의 군사행동 범위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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