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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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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반체제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가 민주화 운동 때문에 병든 남편을 찾아갈 수 없어 상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 전했다.
수지여사의 남편 마이클 아리스는 영국 옥스퍼드대 티베트 문제 전문학자로 런던에 살고 있는데 최근 전립선암에 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쇠약해진 그는 생이별 상태인 부인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미얀마 정부에 방문 비자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가 비자를 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내를 거들어 그가 민주화운동에 ‘부화뇌동’했던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
아리스는 96년 성탄절때 미얀마를 찾았다가 가택 연금상태의 부인을 대신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후 방문이 금지됐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측은 “성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수지여사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고 한다. ‘눈엣가시’가 미얀마를 떠나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속셈이 있기에 그녀의 남편이 미얀마에 아예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수개월 전에야 남편이 암과 투병중인 것을 안 수지여사는 크게 상심하면서도 미얀마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군부가 다시 귀국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그녀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다.
미얀마독립운동의 영웅 아웅산장군의 딸인 수지는 영국 유학중 아리스와 결혼, 두 아들을 낳았다. 88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무력으로 진압되자 귀국, 반독재운동에 앞장섰다. 비폭력저항운동으로 91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