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돌풍]국내 증시 곧바로 직격탄

  • 입력 1999년 2월 19일 19시 20분


일본 엔화가치 약세현상(엔화환율 상승)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엔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놨더니 오히려 국내 금융시장이 ‘큰일났다’며 호들갑을 떠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1백20엔대는 시간문제〓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일본경제기획청장관은 “일본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을 전망할 때 달러당 1백19엔대를 기준으로 했으므로 달러당 1백20엔 전후의 환율이 적정수준”이라고 밝혀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엔화환율의 추가상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은행 이응백(李應白)외환시장과장은 “엔달러환율은 3월말까지는 일본기업의 결산기와 맞물려 1백18∼1백20엔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4월부터는 1백25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이치은행 신용석(申容錫)부장은 “엔화환율이 1백20엔대로 반등하더라도 원―달러환율이 이에 맞춰 상승하면 국내 경제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증시 충격〓엔화 약세의 불똥은 국내 주식시장으로 날아온다. 먼저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줄인다. 엔화 약세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높여 환차손이 우려되기 때문.

엔화 환율이 1백40엔대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작년 6월 외국인은 3천3백89억원어치를, 1백30엔대 후반이었던 5월에는 8백31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향후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려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선물을 매도해 선물가격이 5.25%(이론가는 3.20% 하락) 떨어지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중단됐다.

대신경제연구소 함성식(咸成植)선임연구원은 “엔화 환율이 1백25엔대로 상승하면 주가지수는 500선 밑으로 내려가 470∼480선대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대책〓재정경제부의 엔저(低)대책 골자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달러를 매입해 원화환율을 1천2백원대로 유지한다’는 것. 이와 함께 올해 가용외환보유액 목표를 당초 5백50억달러에서 6백억달러 이상으로 늘리고 금리의 추가인하를 통해 지속적인 원화가치 절하(환율 상승)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 국책은행과 포철 한전 등 공기업을 끌어들이면 환율을 끌어올리는데는 별무리가 없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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