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 군사공격 일단유보…『무기사찰 허용』서한

  • 입력 1998년 11월 15일 19시 53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무력사용이 유보됐다. 이라크가 유엔의 무기사찰을 전격 수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4일 밤(이하 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릴 예정이었으며 일부 폭격기를 공습대기선까지 발진시켰으나 이라크의 사찰허용 재개 발표로 공습작전이 취소됐다고 CNN방송 등 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이날 하루는 미국의 공습준비 및 전폭기 추가배치와 이라크가 수용의사 서한을 유엔에 두차례 전달하는 등 긴박했다.

▼미국〓이라크의 사찰허용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격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에 따라 클린턴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 일정을 취소하는 대신 앨 고어부통령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밤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측의 제의는 조건으로 가득차 있고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라크는 좀 더 명확한 성명을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세인 대통령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했으며 종종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이라크가 유엔무기사찰단(UNSCOM)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라크가 무기사찰 활동재개 허용을 밝힌 후에도 B52 B1폭격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 50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걸프지역에 파견했다.

▼이라크〓타리크 아지즈 이라크부총리는 14일 오전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라크는 아무런 조건없이 UNSCOM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의 활동재개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이어 이날 밤에는 니자르 함둔 유엔대사를 통해 안보리의장에게 “UNSCOM 등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협력을 거부한 모든 조치는 무효화됐다”고 거듭 밝히는 등 미국의 무력사용에 김빼기 작전을 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주요국 반응〓유엔안보리는 14일 이라크측이 아난총장에 보낸 서한과 부속서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마라톤회의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안보리는 15일 오후 3시반(한국시간 16일 오전5시반)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가 기초한 발표문 초안에 대해 이라크의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반응을 보이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반대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반면 이라크에 대해 동정적 태도를 보여온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은 이라크측의 막판 입장변화를 환영하면서 제안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대기 취소〓미 언론들은 미국이 14일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함에 따라 일부 전폭기가 발진, 공중에서 클린턴대통령의 최종 공격명령을 기다리는 상태로까지 사태가 진전됐으나 공격개시 불과 수시간전에 대기명령이 해제됐다고 보도했다. 클린턴대통령이 공격명령을 내릴 경우 미국은 걸프해역에 있는 군함으로부터 수백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항모 아이젠하워에서 출격한 폭격기로 이라크의 공격목표를 폭격하는 형태로 초기공습을 시작할 예정이었다고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자룡기자·유엔본부·워싱턴APAFP연합〉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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