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관세자유화」협상 진통…각료회의 합의실패

  • 입력 1998년 11월 15일 19시 52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은 14, 15일 이틀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제10차 각료회의를 갖고 수산물을 포함한 9개 분야의 관세를 내년부터 자유화하는 ‘분야별 조기 자유화’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분야별 조기 자유화’문제는 18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의 정치적 절충에 맡겨지게됐다.

회원국들은 지난해 APEC 정상회의(밴쿠버)에서 15개 ‘분야별 조기 자유화(EVSL)’ 대상 중 △수산물 △임산물 △에너지 △완구 △의료장비 △환경 △보석 △화학 △통신 등 9개 분야는 내년부터 관세를 자유화하기로 하고 올해 회의에서 그 실행계획을 논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날 각료회의에서 일본 등이 국내 반발을 이유로 수산물과 임산물의 관세철폐에 반대해 회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한국측 대표인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은 수산물 임산물 등 한국측에 민감한 품목들에 대한 ‘조기자유화 이행기간 연장’을 전제로 9개 분야 자유화를 일괄 타결할 것을 제안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회원국들은 또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국제금융체제 개편, 투기성 단기자본(헤지펀드) 이동 규제, 지역 금융협력 체제 등 APEC차원의 대응방향도 논의했다.

홍장관은 특히 미국 일본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3천억달러로 예상되는 내년도 무역적자를 이유로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국제통화기금(IMF)과 별도로 아시아통화기금(AMF)설립을 추진하는 데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콸라룸푸르〓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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