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간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콴시’는 중국 외교의 한 특징으로 꼽힌다.
정부도 김대통령 방중(訪中)의 첫번째 의의로 ‘한중 신(新) 지도층간 친분 및 신뢰관계’를 꼽고 있다.
우리는 올해 2월 정권교체가 있었고 중국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21세기를 준비하는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6월 미국, 10월 일본 방문 때 확인된 김대통령의 ‘국제적 명망’을 중국의 ‘콴시외교’와 접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도 이 점을 느끼는 듯하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리펑(李鵬) 전인대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총리 등 최고위 지도자 3인과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권력서열 5위) 국가 부주석과의 연쇄 회담을 주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현지 외교가의 시각이다.
이번 방중기간중 ‘21세기 동반자관계’를 선언키로 한 것은 양국 지도자들의 신뢰가 21세기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92년 수교후 한중 양국의 지난 6년간은 사실 ‘불완전한 관계’였다. 수교 당시 63억 달러이던 교역규모가 작년 2백36억 달러로 늘었지만 기업인과 물자의 교류에 그쳤다. 게다가 중국은 ‘혈맹관계’인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한중 두나라는 중국과 북한이 체결한 ‘중조(中朝)우호조약’과 같은 양국간 기본관계를 규율하는 틀도 만들지 못한 채 그냥 선린우호관계만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종전의 경제 통상 뿐 아니라 정치 안보까지 포괄하는 동반자관계가 21세기 한중관계의 기본틀임을 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북(對北)영향력 행사 등 적극적 역할을 요청할 때 마다 ‘건설적 역할’이라는 미온적인 답변만 거듭했다. 그러나 이번엔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를 천명할 만큼 적극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