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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19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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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경찰 관계자는 18일 “런던의 한 병원에 피노체트를 구금중”이라고 확인하고 “그가 법정 신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고령인데다 디스크를 앓고 있고 칠레정부가 그의 신상에 대한 원상회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실제로 법정에 출두하게 될지는 확실치 않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피노체트가 신병치료를 위해 지난주 외교관 여권으로 영국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도망범 및 테러범에 대한 신병인도를 의무화한 유럽테러협약을 들어 피노체트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영국정부에 요청했다.
칠레가 영국의 중요한 무역상대국이고 피노체트에게 면책특권이 부여돼 있음에도 영국이 그를 체포한 것은 토니 블레어 총리정부가 그동안 ‘윤리적 외교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려는 결단인 것으로 보인다.
칠레정부는 “피노체트 체포는 외교관 면책특권 침해”라고 공식 항의했으며 에두아르도 프레이 칠레대통령도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항의하고 나서 양국간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칠레 헌법은 피노체트에 대한 칠레 내에서의 모든 형사소추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정부는 “피노체트 체포는 범죄자에 대한 사법 적용일 뿐이며 피노체트를 스페인에 인도하는 문제는 잭 스트로 내무장관의 결정에 달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피노체트 체포와 수사를 스페인 등 관련 국가에 강력히 요구해왔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피노체트 집권 후 살해당한 스페인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그동안 수사를 진행해 왔으나 외국에서 20여년 전에 발생한 일인데다 피노체트가 좌파 소탕작전을 직접 관장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편 피노체트는 런던에서 체포되기에 앞서 미국의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재자들은 절대 끝이 좋을 수 없다”고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고라도 한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