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새 선택(상)]EU 13개국 「좌파집권시대」

입력 1998-09-28 19:51수정 2009-09-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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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민당의 총선 승리로 유럽은 동구권 자유화 물결에 이어 또 한번의 대변신 과정에 들어섰다. 영국 프랑스 독일로 이어지는 좌파의 집권은 21세기를 앞두고 유럽이 추구하는 탈(脫)이념의 새로운 비전, 인간 중심 정치의 출발을 의미한다. 유럽통합이라는 역사적 목표를 지향하는 유럽인들의 새로운 선택은 무엇을 의미하며 유럽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시리즈로 점검한다.》

“독일 사민당(SPD)의 승리는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유럽의 중도좌파 정부들은 힘을 합쳐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 실현에도 주력하는 유럽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45)는 27일 독일의 총선 승리를 환영하며 ‘유럽좌파’의 연대를 강조했다.

독일 SPD의 승리는 블레어총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스페인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연합(EU) 13개 회원국에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는 유럽대륙의 거대한 변화를 확인시키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2000년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정치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공동목표를 향해 달려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유럽대륙을 덮은 좌파 물결은 우파정권에 대한 심판이나 변화를 바라는 심리 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우선 각국 좌파 정당들의 엄청난 변신과 ‘탈(脫)이념’ 노력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블레어총리가 집권전 ‘새로운 노동당, 새로운 영국’을 기치로 내걸었고 최근에는 ‘제3의 길’을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내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예정자(54)도 ‘새로운 중도’라는 유사한 이념을 표방했다. 새로운 중도란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정의를 정책의 두 축으로 삼고 혁신과 현대화를 통해 경제 성장과 고용창출을 이루는 한편 최소한의 개혁만으로 복지국가를 보존한다는 의미.

유럽인들은 또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방식의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지도자 또한 블레어 영국총리,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슈뢰더 독일총리예정자 등을 냉전시대의 인물이 아닌 새 시대 인물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좌우파간의 이념논쟁은 뒷전으로 밀어놓았다.

유럽의 좌파 득세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또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이름 붙여진 ‘아메리칸 스탠더드’에 대한 유럽인의 반발 또는 대안으로도 분석된다. 세계화가 초래한 무한 경쟁과 기능주의 때문에 늘어나는 실업과 인간성 상실에 대한 유럽인들의 불만이 나타났다는 것. 때문에 앞으로 유럽통합은 인간중심의 통합, 즉 복지와 실업문제 해결에 보다 많은 비중이 두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독일 SPD는 독일이 EU의장국을 맡는 내년 상반기 최우선 과제로 EU고용창출협정을 추진하는 한편 EU 회원국들의 최저 세율을 제한하는 세제 공동 보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유럽의 좌파 물결은 곧 유럽차원의 정책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희기자·파리〓김세원 특파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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