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예비 영부인」 內助경쟁도 치열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39분


27일의 역사적인 총선을 앞두고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영부인 자리를 노리는 두 여성간의 불꽃 튀는 접전이 한창이다.

5선을 노리는 콜 독일총리의 부인 한네로레(65)와 강력한 야당 후보인 슈뢰더 니더작센주 주총리의 부인 도리스(33)간의 소리없는 내조전쟁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선거전은 남편 다이어트 시키기, 전부인 헐뜯기, 언론을 통한 좋은 이미지 남기기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자선사업 외에 대중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기피했던 콜총리의 부인 한네로네여사는 최근 콜총리의 집권 가능성이 역대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자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잇따라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그(헬무트)의 패배를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남편 못지않는 소신과 배짱을 과시했다.

스프레이로 딱딱하게 정돈한 머리와 알록달록한 옷차림 때문에 한때 ‘라인란트의 바비인형’으로 불렸던 한네로레는 영어 프랑스어의 통역사 출신. 어렸을 때 2차대전을 겪었던 그는 전후 잿더미에서 오늘의 독일이 있게 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콜의 5선 집권을 저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슈뢰더 니더작센주총리의 부인 도리스는 지난 해 말 결혼한 슈뢰더의 네번째 부인. 잡지 기자 출신의 뛰어난 감각과 젊음이 무기다.

도리스는 지난 번 니더작센주 선거에서도 남편에게 다이어트를 시키고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양복을 입도록 조언했다.

남편을 나이보다 젊어보이도록 함으로써 ‘뚱뚱하고 둔한’ 콜총리에 맞서 ‘세대교체’를 이룰 인물로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도리스는 또 가톨릭교도들이 많이 사는 바이에른주 뮌헨 출신임을 활용, 보수적인 구교도들이 세번이나 이혼한 남편의 전력을 시비하지 않도록 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슈뢰더가 사민당 동지였던 세번째 부인 힐루를 버리고 자신과 결혼한 것을 의식해 힐루여사가 아침식사도 준비하지 않았고 남편이 술에 취한 채 귀가했을 때 소파에서 자게 했다고 언론에 흘리는 등 언론인 출신답게 단수높은 홍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성희기자〉c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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