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비상사태 선포→프랑코式 독재』최악 시나리오 무성

  • 입력 1998년 9월 9일 19시 28분


러시아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경제위기와 무정부 상태가 3주째 계속되자 러시아 언론조차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와 과거 스페인의 프랑코총통식 독재정권 출현을 예고하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지는 8일 ‘대학살의 냄새’라는 섬뜩한 제목의 기사에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전략연구소의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 소장은 “옐친이 체르노미르딘 총리안을 끝까지 고집해 다시 부결되면 의회해산→총선유보→독재정치 수순이 예상되고 러시아에 재앙이 닥친다”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레베드 크라스노야르스크주지사도 현상황을 1917년 볼셰비키혁명 직전 상황에 비유하면서 대규모 국민봉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개혁주의자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부총리는 “프랑코총통식 유혈독재가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의 좌절감은 엄청나지만 대규모 시위로 폭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거리로 몰려나오는 대신 보드카나 마시며 울분을 풀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상점약탈 같은 일은 몰라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대학살과 수백년간 억눌려 살면서 체득한 슬라브민족 특유의 인내심 때문이라는 것.

〈모스크바AFP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