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라토리엄 선언파장]러 생필품 사재기…불안확산

  • 입력 1998년 8월 18일 06시 46분


전격적인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유예) 선언과 루블화 평가절하로 러시아 금융시장은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져들었으며 벌써부터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는 등 사회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이번 조치의 충격에 놀란 채 국제경제와 자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가늠하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특히 루블화 평가절하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통화 및 주가가 폭락한데 이어 반나절 후 개장된 유럽증시와 거의 하루의 시차가 있는 뉴욕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서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사태의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 관심을 모은 뉴욕증시는 17일 시장이 열림을 알리는 종이 울린지 30분만에 다우존스지수가 전날보다 29.09포인트(0.35%) 하락.

이같은 낙폭은 이달 4일과 11일의 두차례 검은 화요일(블랙 튜즈데이)에 비해 작은 편이었지만 빌 클린턴대통령의 대배심 증언과 함께 러시아 충격파가 뉴욕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는 평.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국제금융기구 담당 특사 아나톨리 추바이스(전 부총리)는 17일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경제와 정치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매우 적절하고 적합한 것”이라고 평가.

그는 “이번 조치는 디폴트(채무불이행)선언이 아니며 결코 우리가 부채를 갚지 않겠다는 뜻이 아님을 알아달라”고 거듭 강조. 그는 또 “오늘의 조치는 대외부채와 관련된 게 아니며 우리는 국내 부채 상환기한을 연장해야 했다”고 주장하고 “구체적 이행시기 및 조건은 곧 발표될 것”이라고 언명.

○…루블화 평가절하 소식이 전해지자 17일 러시아 시내 곳곳에서는 달러를 바꾸려는 시민들이 환전소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장사진. 환전소가 부족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이날 “달러가 없다”며 환전을 거부하기도. 또 루블화가 평가절하됨에 따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생필품의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한 시민은 상점으로 몰려들어 물건을 대량 구입하기도.

○…일본금융계는 “루블화 평가절하를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발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경악하는 모습.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이달 들어 11일동안 단 하루를 빼고는 연일 폭락, ‘공황 전야’를 방불케 하는 가운데 증시는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몰라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

○…싱가포르의 한 금융전문가는 17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영향받아 인도네시아 등이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 러시아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콜총리 등 각국 수뇌와 국제금융기관들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러시아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취한 조치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이채.

미셸 캉드쉬 총재가 서명한 이 성명은 “투자자들이 새로운 환율 정책 도입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의 조치들을 이해해야 한다”며 “IMF는 이번 조치와 이에 따른 효과를 즉각 분석할 것”이라고 예고.

〈모스크바·도쿄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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