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위기 인플레이션으로 풀어라』…美 크루그먼교수등

입력 1998-08-02 18:07수정 2009-09-25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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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화제’로 등장한 일본의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라”는 해법을 일부 경제학자들이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폴 크루그먼 미국 MIT대 교수 등은 일본의 경기침체는 소비 및 투자의 지나친 위축으로 비롯됐다고 진단하면서 “일본정부는 ‘앞으로 15년간 4%의 물가상승률은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물가상승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물가 오름세심리’를 자극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같은 주장은 지금까지 미국이나 국제경제기구의 “규제를 없애라” “시장을 개방하라” “투명성을 높여라”는 원론적인 문제제기와 비교할 때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가 인상 해법〓우에다 가즈오(上田一夫) 일본은행 심의관은 “일본은행의 제1과제는 물가잡기가 아니라 물가상승 독려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적어도 2% 이상으로 제시해야 98 회계연도에는 성장률과 인플레율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동반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크루그먼교수는 최근 발표한 ‘일본이 걸린 덫(web.mit.edu/krugman/www)’이란 논문에서 “일본은 전형적인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통화량을 늘리더라도 기업과 가계가 장래를 불안하게 여겨 보유하는 현금만 늘어날뿐 화폐유통량은 줄어드는 현상이다.

그는 “이자율이 2∼5%대인 일본에서 인플레율이 4%로 유지된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누가 저축에 매달리겠느냐”며 강제 인플레정책이 일본 경제진작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정부가 취한 항구감세조치나 정부지출사업 증대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실효성 여부〓중앙은행은 대체로 물가를 높이기 위한 통화량증대를 위해 민간이 보유한 정부채권을 되사는 방법을 채택한다. 문제는 일본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강제로 유발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얼마나 높여야 효과적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회수하더라도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를 꺼리는 실정이어서 유동성 함정이 얼마나 극복될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올 4월 단행한 외환자유화 조치로 높은 이자율을 좇아 해외로 나가는 일본 자금이 늘고 있는 점도 인플레유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설령 인플레유발에 성공하더라도 늘어난 통화량때문에 “일차적으로 엔화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일본은행이 망설이고 있는 이유다. 주변 아시아국의 화폐가치도 동반하락하게 되고 이는 달러표시 부채 상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동아시아 경제 전체에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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