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들,총기난사 아수라장속 『시민들 보호하라』

  • 입력 1998년 7월 26일 19시 55분


24일 미국 의사당에서는 처음으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 경찰관 2명이 숨지고 범인 등 2명이 부상을 입어 미국을 경악시켰지만 사건 당시 의원들이 보인 의연한 자세가 화제가 되고 있다.

범인으로 밝혀진 일리노이주 출신의 러셀 유진 웨스튼 주니어(41)는 이날 오후 방문객을 가장하고 의사당 1층에 침입해 금속탐지기를 피해 들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자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경찰관 1명을 살해하고 하원 공화당 원내수석부총무실인 톰 들레이의원 사무실로 뛰어들어가 경찰관 1명을 더 살해한 뒤 총격전 끝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웨스튼도 이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다.

총격전이 발생하자 의사당은 일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방문객들과 의회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총탄을 피하기 위해 책상 밑이나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나 들레이 부총무는 부상을 입은 범인이 총을 겨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관광객과 직원들을 자신의 화장실로 피신시켰다.

심장외과의사출신인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공화)은 상원에서 연설을 마친뒤 지역구를 방문하기 위해 의사당을 나섰다가 총격전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와 총상을 입은 두 명의 경찰관과 나중에 범인으로 밝혀진 웨스튼을 응급조치했다. 그는 특히 웨스튼을 인근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으로 긴급 수송하는 구급차에 함께 탑승해 인공호흡을 하기도 했다.

의회경찰을 관장하는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의 빌 토머스 위원장도 의회사무실에 있다가 총성이 들리자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아수라장인 현장을 진정시키고 사후대처를 주도했다.무엇보다 미 의회가 이번 사건에 대한 사후수습에서 국민의 호평을 받은 것은 총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의사당을 계속 개방키로 결정한 점이다. 연간 2백만명이 찾는 의사당의 주인은 국민이며 출입통제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폭력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이에 따라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25일에도 수백명의 방문객이 의사당을 둘러봤다.

미 의회는 이번 사건에서 희생된 두 명의 경찰관을 민주주의를 수호한 영웅으로 기리면서 27일 양원에서 이들을 추모하는 특별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편 범인 웨스튼은 일정한 직업없이 일리노이주에 있는 부모의 집과 몬태나주의 자신의 오두막집을 오가며 생활해 왔고 대통령을 살해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등 과대망상증을 보여왔다. 때문에 미 정부기관이 그를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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