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새총재에 오부치…개혁 외면한 「파벌의 승리」

  • 입력 1998년 7월 24일 19시 20분


이변은 없었다.

24일 실시된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는 그동안 당내 선거인단 지지도 조사에서 계속 선두였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외상을 무난히 당선시켰다.

1차투표에서 오부치의 과반수 득표를 막아 결선투표로 가면 극적인 역전승도 가능하다던 다른 두 후보의 희망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예상을 깨고 오부치후보가 1차투표에서 낙승한 것은 미야자와파 와타나베파 고토모파 등 후보를 내지 않은 다른 파벌의 지도부로부터 폭넓게 지지를 끌어낸 때문이었다.

도시지역의 일부 소장의원을 중심으로 파벌중심 선거에 대한 반발이 나타났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특히 ‘자민당개혁의 기수’로 여론조사에서 선두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후생상이 3위에 그쳐 국민과 따로 노는 자민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고이즈미가 얻은 표는 소속파벌인 미쓰즈카파 의원수(87명)보다도 적었다.

종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파벌과 힘’이라는 자민당식 논리가 통했다. 세 후보중 국민적 인기나 금융시장의 평가가 가장 낮은 오부치후보가 파벌의 합종연횡으로 표를 모으는데는 1등이었다.

국민의 여망과 거꾸로 가는 이같은 시대착오적 정치현실. 토니 블레어리즘 류의 도전 창조 개혁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는 낡은 풍토. 이 때문에 정치에 희망을 갖지 못하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오부치 체제’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민당은 중의원에서는 단독과반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참의원에서는 과반수를 훨씬 밑돌고 있다. 따라서 오부치가 총리가 되더라도 각종 입법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공세에 직면, 정국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장 30일로 예정된 국회에서의 총리지명선거때 오부치가 참의원에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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