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참의원선거 참패]유권자, 경제失政에 등돌려

  • 입력 1998년 7월 13일 08시 07분


일본 자민당이 12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예상외로 참패함에 따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의 퇴진이 거의 확실해지는 등 일본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자민당의 참패원인은 경제정책 실패로 요약된다.

2차대전후 최대의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경기와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누적으로 일본국민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러 집권 자민당에 혹독한 심판을 내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선거유세에서 “하시모토내각의 경제실정(失政)이 초래한 최악의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자민당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호소해 효과를 거뒀다.

이에 맞서 자민당은 선거전 종반 금융기관 불량채권 처리를 위한 가교은행(브리지뱅크) 설립과 소득세 및 주민세율 인하를 통한 항구(恒久)감세방침을 내놓았으나 이미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이번 선거의 또하나의 특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높은 투표율. 투표율이 3년전 실시된 참의원선거 투표율 44.5%보다 무려 13% 이상 높은 58%에 이르렀다. 분석가들은 부동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 압도적으로 야당을 지지했다고 풀이했다. 당초 투표율이 50%를 밑돌면 고정표가 많은 자민당이 유리하고 50%를 넘으면 야당바람이 불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선거결과가 자민당 참패와 민주당 및 공산당 약진으로 나타남에 따라 일본 정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자민당은 이번 선거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58석을 합해도 참의원 과반수인 1백27석은 물론 선거전 보유한 참의원 의석(1백19석)보다 크게 낮은 1백석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하시모토총리가 퇴진하게 되면 자민당은 차기 총리 선출을 둘러싸고 당내 암투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과 공산당의 발언권은 한결 높아졌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대표는 당이 출범한지 4개월도 안돼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예상 이상으로 선전함으로써 정치적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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