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팔루사펀드, 효성T&C주식 전량매도 조작의혹

  • 입력 1998년 7월 11일 07시 32분


외국인 주주가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에 강제로 떠넘기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해간 사례가 처음 발생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한국기업이 지분 매입을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증권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아팔루사펀드는 보유중이던 효성T&C 주식 1백39만8천2백주(지분율 17%)를 10일 주식시장에서 평균 1만4천6백50원에 전량 팔아치웠다. 이 주식은 모두 효성물산이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팔루사펀드는 지난달 우량기업인 효성T&C가 부실기업인 효성물산 효성중공업 효성생활건강과 합병한다는 효성측 발표 이후 “빚덩이 회사와의 합병은 전체가 망하는 길”이라며 반대해왔다. 이에 반해 효성측은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아팔루사펀드의 지분 인수를 비밀리에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이날 아팔루사펀드의 주식 매각은 양측의 이해를 교묘히 충족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효성T&C 주식은 지난달말까지 5천3백원대에 거래됐으나 이후 8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당초 아팔루사가 매입한 가격 이상으로 올랐으며 아팔루사가 10일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한 뒤 다시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증권거래소는 이에 따라 시세조정 의혹이 크다고 보고 효성T&C를 감리종목으로 지정해 정밀매매심리에 착수했다.

증권가에서는 효성측이 아팔루측에 비싼 값에 주식을 되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고의로 주가를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측은 제2대 주주인 아팔루측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면서 주식매입에 나서 방어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D증권의 한 임원은 “효성물산측의 주장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며 “효성측이 의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만들어 주식을 사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식매입 이후 효성측은 ‘아팔루의 지분매각으로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래정·천광암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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