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폐업 日 야마이치증권, 예금자 보호 최선

  • 입력 1998년 6월 30일 20시 01분


일본 4대 증권회사의 하나로 증권업계의 대표 주자였던 야마이치(山一)증권은 3월말 1백년 역사의 막을 내리고 사라졌다.

파탄의 원인은 거품경제가 걷힌 후 계속된 방만한 경영, 증시침체 속에서 수수료에 주로 의존하는 낡은 시스템, 그리고 총회꾼과의 유착 및 장부외 채무 기재라는 경영의 부정직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야마이치증권이 지난해 11월 자진폐업을 신청한 뒤 회사를 정리하고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이 회사 7천여명 임직원이 보여준 책임감과 고객서비스자세는 감동을 주었다.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알 수 없지만 출퇴근을 잊고 며칠씩 밤을 새며 업무를 계속하다 쓰러진 직원도 적지 않았다. 그 중 사무실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기타구치 가쓰마사(北口勝雅·당시 38)경리과장의 죽음은 일본인의 심금을 울렸다.

사인은 과로사.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간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하며 고객과 회사를 위해 근무하다 죽었다면 그다지 슬퍼할 일도 아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증권회사 간부의 자살도 파문을 일으켰다. 태평양증권 오사카(大阪)지점 영업부투자상담과 과장대리는 “담당 고객에게 폐를 끼쳤다”는 유서를 남기고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최고 경영책임자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야마이치증권 자진폐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자와 쇼헤이(野澤正平)사장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나쁩니다. 사원은 잘못이 없습니다. 선량하고 능력있는 사원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경영진의 잘못을 누누이 사과한 회사측은 곧 전체 종업원의 25%가 넘는 2천여명에 대해 해고를 통보했다. 그러나 대부분 종업원은 한달이 넘도록 자진해 회사에 나와 업무를 마무리짓고 떠났다.

임원전원도 청산작업을 위해 무보수로 3월말까지 일을 계속했으며 지난달 26일 열린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또다시 사과했다.이 회사 직원중 메릴린치사에 취업한 사람은 2천여명. 나머지는 다른 직장을 찾았거나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야마이치 맨이었음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고객들을 괴롭힌 점을 반성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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